넷플릭스에서 엄청난 금액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왕좌의 게임을 만든 초호화 제작진까지 붙어서 야심 차게 내놓은 삼체가 연일 화제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넷플릭스가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냈는지 보는 재미도 있고 SF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넷플릭스 삼체 총평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력추천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짜고짜 총평부터 써버리는 필자의 의도는 읽는 이가 밑에 글까지 스크롤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올해 꼭 봐야 하는 넷플릭스 작품 원탑이다. 원작인 소설책도 같이 보면 더 좋겠지만 귀찮고 시간이 없는 사람은 넷플릭스에서 반영하는 것만 봐도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하드 SF물이지만 거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과학이론에 쫄 필요는 없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원작을 넷플릭스는 영상으로 부드럽게 풀어나갔다. 혹여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넘어가도 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한 인간(작가)의 상상의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작가가 던져주는 철학적인 물음에 대해 사유해 보는 재미가 관건이라 하겠다. 원작 삼체는 총 3권으로 되어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이번에 나온 1 시즌 8편은 원작의 1권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2,3권의 이야기를 살짝씩 끌어는 왔지만 거대한 세계관의 대서사시로 보자면 초입부에 해당된다.
원작 삼체를 동시대에 만난 건 행운이 아닐까
삼체의 원작자인 류츠신은 중국 내에서는 SF소설의 선두주자로 대표되는 자이다. 삼체를 출간 후 영문판으로 미국에 소개되면서 바람을 일으키더니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SF작가가 되었다.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게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서양의 전유물로만 여긴 SF장르물에서 아시아 국가가 휴고상을 받았다는 건 한국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삼아 본다. 한국이 중국과 사이가 껄끄럽기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고 싶어 하는 부류들이 있지만 삼체의 세계관은 중국을 찬양하지도 않고 유별나게 중국색을 입히지도 않았다. <파운데이션>,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 최근 드니 빌뇌브가 만든 화제작 <듄>의 원작들은 1900년대 중반에 써진 SF대작으로 이제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삼체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으로 SF의 고전명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품을 동시대에서 만난 것이 행운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삼체라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
삼체는 3개의 태양을 가지고 있는 항성에 살고 있는 외계문명을 말하며 그 외계인들을 삼체인으로 부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항성의 불안전성 때문에 문명이 멸망됨을 반복해 가면서 기술이 발전해 나간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게 되지만 거주하고 있는 항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 다른 항성으로 이주계획을 세우게 된다. 예를 들면 먼 훗날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우리가 화성으로의 이주계획을 구상해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삼체의 간략한 줄거리
지구에 사는 인간과 삼체인의 전쟁은 예원제라는 중국의 젊은 여성 과학자로 인해 일어나게 된다. 그녀는 물리학자인 아버지가 문화 대혁명으로 자신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하고 어머니는 살기 위해 허위자백을 하고 아버지를 처형한 자는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며 인간에 대한 환멸과 분노로 들끓는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예원제는 외계로 전파신호를 보내는 일을 하는 중국의 일급비밀 군사기지에 들어가게 된다. 어느 날, 외계행성 어딘가에서 더 이상 전자신호를 보내지 말라며 여기에 답신을 보내면 너희 세계를 정복하러 가겠다는 경고가 날아온다. 예원제는 이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답신을 보낸다.
'와라. 우리 문명은 이미 자구력을 잃었다. 내가 너희를 돕겠다.'
이 답신 하나로 외계의 삼체인 들은 400광년이나 떨어진 지구를 정복하러 나선다. 고도로 발달된 외계생명체인 삼체인이 400년 후 지구를 침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구의 인간들은 후손들을 위해 삼체인을 무력화시킬 방법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삼체를 재밌게 즐기기 위한 요소로 SETI프로젝트와 탐사선 보이저 호
실제로 지구의 과학자들은 외계의 신호를 받기 위해 1970년대부터 먼 우주에서부터 날아오는 전자기파를 연구하는 일을 했다. SETI, 세티 프로젝트로 불리며 1997년작 영화 <콘택트>는 이 세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1977년 비정상적인 전자신호가 잡혀 외계로부터 온 신호라는 기대감에 연구진들이 전파표에 와우라는 콘멘트를 남겼는데 이게 그 유명한 와우시그널이다. 현재까지도 와우시그널이 어떻게 온 건지 불분명하다.
1977년 발사된 탐사선 보이저 호에는 골든 레코드가 실려있다. 영원히 우주를 떠다닐 보이저 호가 혹여 만나게 될 외계문명에게 지구문명을 소개할 자료들이 골든 레코드 안에 들어가 있다. 지구의 위치와 쓰는 언어들과 인종들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있는데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과학자들도 제법 있었다고 한다. 고도문명을 가진 외계 종족이 태양계의 지구 좌표를 알게 되면 침략해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삼체 속 이야기가 마냥 터무니없는 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그리 지구의 존재를 먼 우주의 지적 존재에게 알리기 위해 애를 쓰는가. 이유는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문학자인 칼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이야기하는 영상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칼세이건도 삼체 속 예원재와 같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전쟁 돠 인간실격의 행태들에 인간에 대한 분노 혹은 슬픔을 자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예원재가 바라는 침공의 형태와는 다른 식으로 지구를 구할 구원자가 먼 외계에서 오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인간은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 인간다운을 느끼고 문명을 발전시켜 나간다. 끝도 없이 펼쳐진 거대한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푸른 점인 지구가 소통이 없는 외톨이와 같은 신세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칼세이건은 티끌보다도 작은 점 속에 사는 인간들이 교만에 빠지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며 겸손해지기를 진정 바란다. 보이저 1호가 해왕성을 지날 때 카메라를 뒤로 돌려 찍은 사진은 우주먼지와도 같은 지구의 모습이 담겨있다. 주관적인 견해로 보이저 호가 남긴 이 사진 한 장이 삼체의 세계관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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