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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대부 1 <The Godfather>, 클래식은 영원하다를 보여주는 최고의 영화 강력추천

by 에브리씽고즈웰 2023. 12. 7.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세월이 흘려도 변치 않는, 혹은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된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우리가 익히도 들어온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시리즈이다.

오늘 이 포스팅은 영화 대부 1편에 대한 개인적인 사연, 스포일러가 대량 담겨있는 줄거리와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갱스터영화들의 교과서가 된 걸작, 영화 대부를 만나다

 

나의 아버지는 마땅한 취미생활도 없으셨고 우정을 다져온 친구도 없으셨던 분이셨다 보니 무료한 시간들을 때울 취미생활을 가지고자 영화감상을 시작하셨던 때가 있으셨다.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이 원하는 영화를 어디서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고 비디오대여점이 집에서 가깝게 있지도 않았기에 한번 대여점에 가면 왕창 빌려서 오시곤 하셨다. 최신영화는 2일, 구영화는 3일 정도 대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냥 시간이 널럴했던 아버지도 아니었기에 빌려온 영화들을 다 못 보고 가져다주거나 연체료를 내거나 하는 게 일쑤셨다. 그러한 여러 번거로움 때문에 영화감상을 취미로 삼고자하는 아버지의 시도는 얼마 못 갔고 짧은 영화감상의 취미기간 동안에 아버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바로 프란시스 코폴라감독의 1979년작 The godfather 대부였다.

 

20년 전, 한국에서는 영화 친구가 엄청난 흥행스코어를 기록하면서 그 후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극장가에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향수를 느껴보시라는 취지로 아버지를 모시고 극장을 찾았다.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난리인데 모두를 만족시켜 줄 영화겠지 싶었던 나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아버지는 향수에 젖으시지도 않으셨고(아버지보다 어린 세대의 이야기였기에) 영화적으로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시지 못하셨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1000만 영화관객 스코어를 찍는 영화들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를 감상하고 나오면서 아버지는 나에게 영화 대부 이야기를 하셨다.

당시에 난 영화가 좋아 영화연출로 진로를 정할지를 고민하던 차였는데 그런 나를 탐탁지 않아 하셨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좋아하는 대부 이야기를 하시면서 "너는 영화공부가 하고 싶다는 애가 여태 대부도 안 봤냐"는 면박과 함께 영화예술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대부를 보고 나면 다른 갱스터영화는 성이 안 차신다면서 대부가 진짜 영화니 꼭 보기를 강력추천해 주셨다.

 

아버지의 강력추천으로 나는 영화 대부를 만났고 매일 틀어놓고 살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당시에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명연기파 배우들이라 하면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양대산맥으로 불렸는데 그들의 젊은 시절 연기를 한 영화(대부 2)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어지는 일이었다.

풋풋했던 20대 초반에 대부를 마주하고 20년 간이 흘러 내 나이 중년이 되어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마주한 대부는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동과는 결이 다른,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묵직한 감동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좋은 예술작품은 시간이 더해지면서 더 빛을 발하는 것,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영화 대부 1의 간략한 줄거리와 등장인물

영화_대부_the_godfather_포스터

대부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시칠리아 출신의 무일푼이었던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가 미국으로 와서 풍파를 겪으며 거대조직의 대부가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들을 그린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펼쳐지면서(물론 관객은 다 알지만) 이야기는 후계자가 된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로 넘어온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직을 지배했던 아버지의 리더십과 풋내기 대학생에서 조직의 후계자가 되어 냉철하고 잔혹해가는 아들의 리더십이 극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결혼식장면
영화 대부 결혼식 가족 촬영장면

 

영화 대부의 교차편집은 유명하다. 대부 1에서 처음의 결혼식장면과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세례식장면의  교차편집은 코폴라감독의 연출 역량의 내공을 온전히 보여준다. 특히나 대부 2는 전체적인 서사틀이 교차편집인데 신기에 가까운 연출력을 선보인다.

 

영화는 대부의 딸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많은 등장인물들이 줄기차게 들어왔다 나왔다를 하기에 오히려 몰입하기 어려워 피곤한 영화라는 생각이 자칫 들 수 있다.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를 따라가고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진짜 가족으로서의 '패밀리'와 갱단 조직에서의 '패밀리'가 눈에 들어온다. 두 패밀리의 서사를 행복하고 밝고 활기찬 결혼식과 어둠 속에서 청탁이 오고 가는 방안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정교하게 보여준다.

 

콜레오네 가족들의 캐릭터를 파악해 놓는 것도 영화의 이해를 돕는데 중요하다.

대부라 불리는, 콜레오네 가문의 수장인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사전수전 공중전까지 거치며 거대 조직을 일궈낸 사람이다.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조직 안에서는 돈보다는 명예와 의리를 내세우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비토 콜레오네의 첫째 아들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문을 이끌 예정이었던 소니(제임스 칸)는 물불 안 가리는 다혈질의 성격이라 경솔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만 자식들 중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부모 없이 고아로 지내온, 소니의 어릴 적 친구로 돈 콜레오네가 양아들로 들인 둘째 톰(로버트 듀발)은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잘하기에 조직 내에서 대부의 책사역할을 맡고 있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이탈리아계 마피아세계에서 시칠리아인이 아닌 데다 양아들이기에 후계자로 거론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잘 인지하고 있기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이다.

셋째 아들인 프레도(존 카잘레)는 착하고 순하지만 우둔하다. 조직에서 큰 직책을 맡기기에는 너무 나약한 인물이다.

넷째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마피아라는 자신의 가문이 부끄러워 가족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군대에 입대해 전쟁영웅이 되었고 아버지의 총격사건이 계기만 아니었더라면 본인이 원하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었던 인물이다.

 

대부에서는 여자인물들에 대한 비중은 굉장히 미미한 편이다.

아무래도 갱스터영화라는 특성상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기도 하고 1970년대 영화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콜레오네 가문의 유일한 딸인 코니(탈리아 샤이어)가 자신의 남편에게 두들겨 맞으며 찍소리도 못하는 여자로 그려지고 마이클의 아내인 케이(다이앤 키튼)는 자신의 남편이 무슨 일을 벌이는 건지에 대해 물어도 남편은 어떠한 질문도 허용하지 않거나 거짓말로 일관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영화 대부 속의 놓치기 쉬운 훌륭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명연기

 

영화_대부_the_godfather_돈_콜레오네_총격장면
비토 콜레오네 총격씬

 

조직의 대부인 비토 콜레오네가 총격을 받아 차량 위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관객들 역시 비통하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도가 높게 표현되었다. 조직의 보스인데 하필 자신을 보호해줘야 할 사람이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 것 같은 나약한 셋째 아들이라니. 대부인 아버지가 총격을 당하는 동안 차량에서 어찌할 바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느지막이 나와 총을 꺼내보지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설프게 잡은 총을 떨어뜨리고 만다.

검은 차와 검은 도로바닥, 어두운 코트, 살 떨리는 총격의 현장에 주황색 오렌지들이 굴러다니며 포인트를 주는 연출은 굉장히 미학적이기까지 하다. 오렌지라는 과일은 대부의 영화에서 꽤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비토 콜레오네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는 곳도 개인 정원의 오렌지나무속에서이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대부가_입원해있는_병원의_전경
병원앞 외관

 

다섯 발의 총상을 당하고 간신히 살아난 대부 비토 콜레오네가 입원해 있는 병원 앞의 전경 연출도 눈여겨볼만하다.

다시 암살을 시도하려는 자들이 등장할 음산한 분위기의 병원씬에서 크리스마스 전구들로 프레임 속 화면에 포인트를 주는 연출력. 반짝거리는 전구 없이 어둠 그 자체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한껏 연출할 수 있었음에도 미장센에 전구 하나로 힘을 주어 어둠의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효과를 얻게 표현해 낸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돈_콜레오네가_퇴원하고_집으로_돌아온_장면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온 비토 콜레오네.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쓴 손자들의 손편지들을 손에 쥐어 가슴 한편에 두었다.

 

자신과 같은 일개 마피아의 두목이 아니라 명석한 두뇌로 국가의 권력자가 되길 바랐던 막내아들 마이클이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대신하고 미국을 떠나 타국으로 피신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비토 콜레오네는 비통해한다.

 

손자들의 알록달록한 카드와 글귀, 포근한 조명과 화이트의 침구는 비토 콜레오네의 비통함과는 대비된다.

코폴라의 연출력뿐 아니라 말론브란도의 표정연기가 주변 미장센과의 조화로 더욱더 진하게 퍼지는 장면이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아버지_돈_콜레오네와_아들_마이클_콜레오네
비토 콜레오네와 마이클 콜레오네

 

자신의 총격사건과 첫째 아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으며 너무 노쇠해진 대부 비토 콜레오네.

후계자가 된 막내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불안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아버지에게 자신에게 미안해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라고 전한다.

 

대부 1에서 군복을 입고 첫 등장한 마이클의 풋내기 같은 모습과 아버지에 이어 대부가 된 마이클의 냉혹한 모습은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눈빛을 연기한다. 말론 브란도야 이 영화 전부터 명연기자로 유명했다지만 당시에 신인이었던 알 파치노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었는지 놀라운 따름이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세례식_장면에서의_마이클_콜레오네
조카의 세례식 장면에서 마이클 콜레오네

영화 대부 1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하나 꼽자면 영화 말미 마이클 콜레오네가 조카의 신성한 세례식에 대부(조카의 양아버지)로 참여하여 악마를 멀리하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조직에 반하는 자들을 모두 살해해 버리는 잔혹한 대부(조직의 보스)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신성한 대부와 잔혹한 대부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영화_대부_the_godfather_마이클_콜레오네가_대부로_인정받는_모습

 

후계자로 누구도 예상 못했던 막내아들 마이클이 대부가 되었을 당시, 뜨끈미지긋했던 부하들은 명석한 두뇌와 냉철함으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마이클 콜레오네를 경험하고 나서야 진정한 대부로 인정받으며 충성과 존경을 더한 손키스를 받는다. 위 장면은 마이클의 아내 케이의 시점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남편이 진정한 대부로 인정을 받는 순간 케이가 바라보고 있던 저 방의 문은 닫힌다. 마치 조직을 위한 희생으로 가족과의 단절, 불화를 의미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