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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베트남 다낭 여행 바나힐 후기, 우리가족 누구한명, 날씨요정은 없었다.

by 에브리씽고즈웰 2025. 3. 9.

베트남 다낭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일정, 다낭 하면 바나힐이지~하면서 꼭 가야 하는 명소로 꼽히는 곳인 바나힐을 고민고민 끝에 다녀온 후기글을 써본다. 웃기고 슬프고 마음이 쓰라린 3 가족의 우당탕 바나힐 방문기 후기 고고고.

바나힐의 성공은 9할이 날씨, 아니 10할이 날씨!!!


 바나힐은 날씨가 전부라는 말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흐리고 비 오는 날에 온 바나힐은 나름 운치가 있어서 더 좋았어요 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즐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기왕이면 날씨가 좋은 때를 골라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예매를 해놓고 가는 분들이 많았지만 바나힐의 날씨는 당일날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표는 미리 예매해놓지 않았다. 
 
다낭에 도착해서 첫날과 둘째 날 이곳저곳 그랩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그랩 기사님 중 한 분이 바나힐 다녀왔냐고 물어오셨다. 다낭에 머무르는 일정이 내일까지고 그다음은 호이안으로 넘어가 지낼 예정이었어서 바나힐을 가려면 내일이 딱 좋았다.  바나힐은 내일 가볼까 하는데 당일날 아침 날씨를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하니 자신의 카톡아이디를 넘겨주시면서 자신이 픽업과 드롭을 해주고 싶은데 원하는 금액대가 있냐고 하셨고 나는 왕복 60만 동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셔서 내일 바나힐을 가게 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하고 숙소 앞에서 내렸다.

 


바나힐은 다낭여행 중에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곳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솔직히 사악하다고 할 정도의 금액이다. 우리나라 에버랜드도 할인받고 하면 3만 원도 가능할 텐데 바나힐은 어른 입장료가 인당 5만 원이 넘어간다. 아이는 4만 원 후반. 그렇다고 에버랜드처럼 어트렉션이 많냐면 그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케이블카와 골든브리지에서 보는 멋진 풍광, 유럽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프랑스 마을을 보려고 입장료, 교통비, 식사비를 생각하면 3인가족 20만 원이 가뿐히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데 이 모든 게 날씨가 좋지 않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에 딱 좋다. 베트남에서 한국돈 20만 원이라면 좋은 곳에서 숙박을 하고 몇 끼의 맛있는 식사까지 해결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다낭 호이안 맛집 내돈내산 강력추천,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얼마 전에 가족들과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에서 7박 8일간 머물렸습니다. 맛집 찾아가서 먹는 걸 즐기는 저희 부부는 여행 전에 갈 맛집들로 선정한 곳들로 구글맵에 도배가 되었는데 직접 가서

everthinggoeswell.tistory.com

 


 
당일날이 새벽 6시쯤 기상하여 바로 창문밖을 보니 날씨는 아주 흐렸다. 호텔창으로 보이는 미케비치는 파도가 넘실대고 하늘은 구름이 가득 껴있어서 곧 폭우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는데 바로 그때 어제 카톡 아이디를 주고받은 그랩기사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날씨가 아주 좋아. 8시까지 너의 숙소앞으로 갈게”
기사님이 계신 곳은 과연 어디일까? 왜 그곳은 날씨가 좋은 걸까?
나는 '오늘 못 가면 바나힐을 갈 수 있는 일정을 만들 수가 없다, 날씨가 지금 안 좋더라도 또 바나힐 가서는 좋을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 혹 날씨가 좋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베트남에 또 여행을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바나힐은 갔다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여러 물음과 답을 혼자 내리면서 빠르게 머릿속을 정리하고 기사님에게 오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결정이 되자마자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바나힐 티켓을 구매했다.
 
기사님을 만나 45분간 달려 바나힐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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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힐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하늘
베트남_다낭_바나힐여행기_썬월드_입구

그랩기사님이 세워준 곳에서 사람들 따라 좀 걷다 보면 바나힐 무료셔틀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그 버스를 타고 3,4분 정도만 가면 바나힐 입구가 나온다. 티켓검사를 따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그냥 사람들 따라 쭉쭉 걸어가면 된다. 케이블카를 타기 직전쯤에 티켓검사를 한다.(폰에 있는 qr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우리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날씨요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헛된 희망임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왜냐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날씨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케이블카 밖의 풍경이 한 치 앞도 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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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밖에서 본 풍경은 뭐랄까

불행 중 다행인 건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던 나로서는 위아래옆 아무것도 안 보여서 덜 무서웠다는 정도. 그 와중에 남편과 아들은 이런 상황이 재밌는지 깔깔대고 있었다. 나의 속은 돈을 날렸다는 것에 타드러 가고 있었는데.

내가 바나힐에서 이루고 싶은 건 딱 두 개였다. 골든브리지에서 아이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 아이에게 루지(알파인코스터)를 태워주는 것.

 


자욱한 안갯속을 뚫고 도착한 판타지파크.
루지가 있는 B1층으로 내려가니 입구 쪽에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루지운행 불가>
하긴 이 날씨에 루지를 운행한다 해도 무서워서 어디 타겠냐만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왕 이렇게 된 거 판타지파크 안에 있는 놀이기구와 오락시설로 입장권 가격을 뽕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눈에 보이는 보이는 족족 탑승을 하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보내고 배가 고파져서 밖으로 나와 프랑스 마을을 돌아다녔다. 보통 어드벤처들이 식사퀄리티 대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맛도 가격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패스트푸드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바나힐에 롯데리아가 있어서 우리 가족은 롯데리아고 고고.
불고기버거세트와 치킨을 시켰는데 치킨은 한국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무난하게 먹기 좋았고 불고기버거는 한국에서 먹는 것과 정말 똑같아서 베트남 와서 동남아음식 먹기 힘들어한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왔지만 시시각각 변한다는 바나힐의 날씨는 조금도 변함없이 비와 안개로 가득했다. 바나힐의 꽃, 메인테마인 골드브리지를 가기 위해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다.

베트남_다낭_바나힐여행기_골든브릿지의_풍경
골든브릿지에서 날씨 좋을때 볼수 있는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 마주한 골든브리지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는 바나힐에 대한 소문답게 정말 뜨악할 정도로 바뀌어 이렇게 멋진 풍광을 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했으면 하는 것 희망사항이었고 더 자욱한 안개로 가득하여 이것이 그 유명하다는 골든브리지인지 알 수 없는 실눈을 가늘게 뜨면 보이는 손가락들의 향연이랄까.

베트남_다낭_바나힐여행기_한치앞이_안보이던_골든브릿지
안개 낀 골든브릿지

뭔가 길쭉한 돌덩이가 보이긴 보이는데 저게 그 손가락 같기는 한데 공사를 하다 만 손가락인 듯 보이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감정을 교차하게 만드는 자태.

베트남_다낭_바나힐여행기_손가락도_잘_안보이던_골든브릿지
색다른 느낌의 골든브릿지

그래도 바나힐의 골든브리지를 다녀왔다고, 멋진 풍경의 사진은 아니지만 순전히 기록으로써 남겨두었다는 생각으로 애써 쓰라린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행의 모든 순간들이 멋지고 좋은 건만 보는 게 여행의 묘미는 아닐 것일 테니 언제 가는 이것도 추억으로 더 많이 회자될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나힐을 일정에 넣는 사람이 있다면 당일 날 오전에 날씨를 보고 긴가민가할 때는 과감하게 패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바나힐 입장권비용으로 베트남에서는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너무도 많기 때문에!

 

바나힐을 갔던 날 뿐 아니라 베트남에 머무는 8일간 건기라고 알려진 기간에 갔음에도 날씨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 보면 우리 가족 중 누구 하나 날씨 요정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씨 탓만 하며 여행을 우중충하게 보내기보단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맛있는 요리와 우중수영을 즐기며 '날씨 따위'라는 마인드로 여행을 즐기자고 태세를 바꾸니 꽤나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하지만 바나힐은 이것만 기억해 둘 것, 날씨가 10할!!